
나의 베이킹 수난 과정 3가지
제과제빵은 흔히 과학이라고들 합니다. 1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한 계량, 온도의 마법,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어우러진 예술 말이죠. 하지만 저에게 베이킹은 과학보다는 '잔혹한 연금술'에 가까웠습니다. 분명 레시피는 금을 만들라고 적혀 있었는데, 제 오븐에서는 자꾸만 정체 모를 석탄이나 돌덩이가 튀어나왔으니까요. 이 글은 베이킹이라는 달콤한 늪에 빠져 허우적댔던 저의 무모한 도전기입니다.
첫 번째 실패, 마카롱이 아닌 '이상한 빈대떡'입니다.
나의 베이킹 연대기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영롱한 '뚱카롱'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달걀흰자랑 설탕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화근이었죠. 마카롱은 베이킹의 끝판왕이라 불린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머랭을 올리는 것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카로나쥬'라는 생소한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반죽의 기포를 적당히 죽여야 한다는 설명에 저는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반죽을 치댔고, 그 결과 반죽은 리본 모양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븐의 온도는 제 마음보다 더 뜨거웠나 봅니다. 15분 뒤 오븐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예쁜 프릴(Pied)이 달린 마카롱 대신, 오븐 트레이 전체를 뒤덮은 '설탕 빈대떡'이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꼬끄들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어 있었고, 식감은 바삭함이 아니라 끈적이는 엿에 가까웠죠. 그날 저는 "마카롱은 사 먹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실패, '벽돌'이 된 식빵입니다.
마카롱의 충격이 가실 때쯤, 이번에는 건강한 홈메이드 식빵에 도전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쭈욱 찢어 먹는 로망,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장면이죠. 저는 이스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따뜻한 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따뜻했던 게 문제였을까요? 이스트는 활성화되기도 전에 뜨거운 물에 익어버렸고, 반죽은 2시간이 지나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5시간을 방치했지만, 반죽은 여전히 돌덩이처럼 단단했습니다. 오기가 생긴 저는 그대로 오븐에 넣고 구워버렸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오븐에서 나온 것은 식빵의 형상을 한 '둔기'였습니다. 겉은 타이어처럼 질기고, 속은 밀도가 너무 높아 벽돌로 써도 무방할 정도였죠. 빵을 자르려고 칼을 댔을 때, 칼날이 들어가지 않던 그 당혹스러운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그날 우리 집 식탁 위에는 빵 대신 훌륭한 돌덩이가 하나 생겼습니다.
세 번째 실패는 '너무 짠 초코칩' 쿠키입니다.
가장 뼈아픈 실수는 가장 기본에서 발생했습니다. 친구들을 초대해 '초코칩 쿠키'를 주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베이킹을 좀 해봤답시고 계량컵도 없이 눈대중으로 재료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찬장 안의 흰 가루 두 통이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
반죽을 오븐에 넣고 달콤한 향기가 집안을 채울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번에는 정말 성공한 줄 알았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쿠키를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내밀었고, 한 친구가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리고 3초 뒤, 친구의 표정은 마치 인생의 모든 고뇌를 짊어진 듯 일그러졌습니다.
알고 보니 설탕 대신 소금을 들이부었던 것입니다. 달콤해야 할 쿠키는 '바다의 정수'를 담은 듯 짜디짰고, 저는 그날 친구들에게 본의 아니게 나트륨 폭탄을 선물했습니다. 그때 설탕과 소금을 꼭 구분해서 베이킹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실패로 인한 깨달음
크게 실패모음 3가지를 이야기 했지만 이외에도 머핀이 화산처럼 폭발해 오븐 천장에 닿았던 일, 생크림을 너무 휘핑해 버터로 만들어버린 일 등 저의 실패담은 끝이 없습니다. 이야기로 풀자면 10가지도 넘을 것입니다. 저는 이 수많은 실패 과정을 거치며 저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깨달은 사실을 크게 3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레시피는 법전과 같다는 것입니다. 180도와 170도는 엄연히 다르고, 설탕의 역할은 단순히 단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잡는 과학적 장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배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실패를 거치고 거쳐 만들어진 레시피야 말로 베이킹 할 때 가장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째, 기다림의 가치입니다. 발효를 서두르면 빵은 응답하지 않고, 오븐이 예열되지 않으면 반죽은 주저앉습니다. 베이킹은 제가 가진 조급함을 다스려주는 가장 혹독하고도 달콤한 수행이었습니다. 저는 성격이 굉장히 급합니다. 1시간 휴지시키라고 하면 20분만 하고 예열도 빠르게 하고 오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실패를 많이 맛보고 기다림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패작도 누군가에게는 웃음이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먹을 수는 없었지만, 그 '빈대떡 마카롱'과 '벽돌 식빵' 덕분에 가족들과 배가 찢어지게 웃었던 기억은 그 어떤 성공한 케이크보다 더 달콤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잘 만들어진 식빵보다도 더 즐겁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베이킹은 완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나의 생각과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이킹 마음가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베이킹이란 결국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쳐가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무시하는 오만함이 실패를 불렀고, 그다음에는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조급함이 빵을 망쳤습니다. 오븐 쇼윈도 너머로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그 짧은 시간은, 사실 제가 세상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정성을 다했는지, 기본을 지켰는지,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가졌는지 말이죠.
물론 지금도 가끔은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주저앉은 케이크를 마주하곤 합니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마카롱 꼬끄가 마르지 않거나, 새로 산 밀가루의 수분율이 달라 반죽이 질척거릴 때면 여전히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좌절하며 앞치마를 내던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실패한 반죽의 단면을 갈라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복기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탄 부분은 도려내고, 모양이 비뚤어진 쿠키는 우유에 말아 먹으며 다음번의 성공을 위한 데이터로 저장할 뿐입니다.
주방 선반에 켜켜이 쌓인 베이킹 도구들은 저의 훈장과도 같습니다. 한때는 짐처럼 느껴졌던 거품기와 저울은 이제 제 손의 일부처럼 익숙해졌습니다. 밀가루 포대를 뜯을 때 날리는 하얀 가루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덮어주는 마법의 가루가 되었고, 오븐이 돌아가는 낮은 웅성거림은 집안을 채우는 가장 평화로운 음악이 되었습니다.
베이킹은 저에게 단순한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재료가 언제든 찬장에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이 저를 위로합니다. 오늘도 저는 코끝에 닿는 고소한 버터 향을 맡으며 밀가루를 체에 내립니다. 이번 반죽은 오븐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설령 또다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오븐 램프를 켜는 순간, 저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베이커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그 달콤하고 치열한 도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